인생은 실타래를 만드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풀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실타래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부모, 배우자, 자녀,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실타래가 생기고, 직업과 돈, 내가 이루고 싶은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 과거의 선택, 후회와 미련, 그리고 책임과 의무가 더해지면서 많은 실들이 서로 연결된다.
처음에는 각각의 실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서로 얽히기 시작한다. 직업을 선택하면 가족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고, 가족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면 나의 커리어에 영향을 준다. 돈에 대한 선택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영향을 주고, 시간에 대한 선택은 다시 가족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보면 “이 문제 하나만 해결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수많은 다른 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인생의 목적이 모든 실타래를 완벽하게 푸는 데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실은 아무리 풀려고 해도 완전히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선택은 되돌릴 수 없고, 어떤 사람과의 관계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실타래를 풀어버리는 것보다, 어떤 실을 풀어야 하고 어떤 실은 그냥 안고 살아갈지를 알아가는 것
어쩌면 젊을 때는 이러한 실을 많이 만들어 가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직업도 만들고, 인간관계도 만들고, 가족도 만들고, 재산도 형성하고, 꿈도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에 얽혀 있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많은 것을 얻는 것보다, 불필요하게 얽힌 실을 하나씩 정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인생은 단순히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떤 실타래를 만들어 왔는지 돌아보고,
이미 만들어진 실타래 중 무엇을 풀고 무엇을 받아들일지를 배워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실타래가 하나도 없는 삶이 반드시 좋은 삶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런 관계도, 책임도, 애착도, 꿈도 없다면 실타래가 얽힐 일은 없겠지만, 어쩌면 그런 삶은 너무 단순해서 깊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우리 삶이 복잡해지는 것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얽히고, 책임지기 때문에 얽히고, 꿈을 꾸기 때문에 얽히고, 과거에 선택했기 때문에 얽힌다.
그러니까 복잡한 인생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왜 이렇게 내 인생은 복잡하지?”가 아니라 “이 복잡함 속에서 정말 내가 붙잡아야 할 실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